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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1명조차 없는 ‘맹탕 청문회’

샌드위치는 속이 충실해야 더 맛이 난다

작성일 : 2026.09.16 11:25 수정일 : 2026.09.16 18:08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샌드위치는 참 묘한 음식이다. 빵과 빵 사이에 햄, 치즈, 달걀, 채소 등을 넣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바쁜 현대인에게는 간편하면서도 제법 든든한 음식이다.

 

‘샌드위치’라는 이름의 유래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18세기 영국의 제4대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와 관련된다. 카드 게임을 하던 그가 식사를 위해 자리를 뜨지 않고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먹었다는 일화에서 오늘날의 이름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물론 빵 사이에 음식을 넣어 먹는 방식 자체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런데 샌드위치를 정치에 대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회에 빗대면 생각할 거리가 많다.

 

겉으로는 빵처럼 그럴듯한 틀이 갖춰져 있지만, 정작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내용과 평가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9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그 사례다. 이날 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 및 각종 의혹, 법무행정에 관한 정책과 견해 등을 놓고 여야가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증인과 참고인은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증인 없는 청문회가 실질적인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실제로 야당은 사전에 다수의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면 여당 측에서는 과거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취지로 맞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청문회장에서 여야 의원 사이에 고성과 거친 표현이 오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국민 입장에서 청문회는 단순한 정치적 말싸움의 무대가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직책을 맡을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도덕성 등을 살펴보는 공식적인 검증 절차다.

 

그렇다면 청문회의 핵심은 무엇이어야 할까. 바로 검증 가능한 질문과 충분한 답변, 그리고 객관적인 자료일 것이다.

 

증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증인 없이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국민이 궁금한 것은 정쟁의 승패가 아니다.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해명은 충분한지, 정책적 견해는 무엇인지, 공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경험은 어떤 것인지였다.

 

샌드위치의 진짜 맛은 겉으로 보이는 빵이 아니라 그 사이에 무엇을 넣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청문회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아무리 그럴듯한 청문회라는 외형을 갖추었다 해도 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검증 내용이 빈약하다면 만족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번 ‘증인 0명’ 청문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인사청문회가 정치권의 공방을 보여주는 자리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대신해 후보자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자리가 될 것인가.

 

샌드위치는 속이 충실해야 더 맛이 난다. 청문회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검증의 속’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