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핵심은 검증의 정확성
작성일 : 2026.09.18 03:38 수정일 : 2026.09.18 09:3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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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은 자리는 화살터’라는 이미지를 AI로 생성 |
국회 인사청문회를 볼 적마다 새삼 깨닫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높은 자리는 화살터라는 사실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박수와 찬사만 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수많은 눈과 귀가 한꺼번에 따라붙는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과거의 행적 하나까지 검증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높은 자리는 영광의 자리이면서 동시에 책임의 자리다.
다산 정약용도 목민관의 자리가 결코 편안한 자리가 아님을 여러 글에서 강조했다. 백성 위에 서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처신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일관된 가르침이었다.
활터에 서면 화살이 날아오는 것처럼, 높은 자리에 오르면 온갖 시선과 비판이 집중된다는 의미로 새겨볼 만하다.
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그 장면을 다시 보여줬다. 2026년 9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가족이 참여한 발달장애인 돌봄 관련 협동조합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서영교 법사위원장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뉴스 매체들은 이 장면과 함께 여야 의원들의 상반된 반응도 보도했다.
신성모(申性模, 1891~1960)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이승만 정부에서 내무부장관·국방부장관·국무총리서리를 지낸 정치인이다. 특히 1949년부터 1951년까지 국방부장관을 맡아 6·25전쟁 발발 당시 한국군의 최고위 정치적 책임자였다.
그는 ‘눈물 장관’ 또는 한자로 ‘낙루장관(落淚長官)’이라고 불리었다. 이런 까닭은,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지나치게 감격하거나 충성을 표시하며 자주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 때문이다.
눈물은 인간적인 감정이다. 누군가의 가족 이야기나 어려운 사연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자리가 개인적인 감정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라는 데 있다.
인사청문회의 본질은 후보자를 울리거나 웃기는 데 있지 않다. 또한 후보자에게 무조건적인 호의나 적대감을 표시하는 데에도 있지 않다. 후보자의 도덕성, 자질, 정책 역량, 제기된 의혹에 대한 설명을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서영교 위원장 역시 당시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직무 수행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7월 강선우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발달장애 자녀를 둘러싼 대화 과정에서 감정적인 장면이 있었다. 강 후보자는 자녀를 자신의 ‘시작이자 전부이자 마지막’이라고 표현했고, 서영교 당시 여성가족위원은 그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이 인사청문회에서 기대하는 것은 감동적인 장면보다 검증의 정확성이(었)다. 눈물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공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원칙이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많은 화살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두꺼운 방탄복이 아니라 겸손과 절제, 그리고 어떤 질문에도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 준비다.
높은 자리는 꽃방석이 아니다. 화살터다. 그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박수뿐 아니라 의혹과 비판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켜보는 의원과 국민 역시 감정이 아니라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결국 높은 자리의 진짜 권위는 눈물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검증을 견디고 책임을 다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운다고 해서 과거의 추문이 덮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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