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과 경조무환(警鳥無患)
작성일 : 2024.12.31 07:57 수정일 : 2024.12.31 08:42
작성자 : [대전= 더뉴스라인] 홍경석 기자 ([email protected])

이른바 탄핵정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는 바람에 연말 경기마저 실종되었다. 국가신인도 추락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대한민국은 여행 위험국”이라는 블랙리스트까지 만든 국가도 있다고 하니 이만저만 창피스러운 게 아니다.
2024년이 해넘이를 앞두고 더욱 험지에 빠져들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있을 수 없는, 아니 있으면 안 되는 비극이 다시금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무안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개항했다. 무안공항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돼 추진됐고 '리틀 DJ'로 불렸던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사업을 주도해 '한화갑 공항'으로도 불렸다.
무안공항은 매해 활주로 이용률이 전국 꼴찌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누적 순손실이 1000억 원을 웃돌 만큼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고 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2년에는 '고추 말리는 공항' 또는 '무인(無人)공항'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이용객이 너무 없어 활주로에서 주민들이 고추를 말리는 장면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안공항은 정치인의 선심성 공약으로 건설된 '정치공항' 폐해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모름지기 공항이라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한 모든 방법과 방편이 총동원되었어야 옳았다. 그중의 하나이자 핵심이랄 수 있는 경조무환(警鳥無患)을 간과할 수 없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사고는 조류 충돌 즉 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새가 운항 중인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충돌하는 것을 말한다.
조류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엔진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켜 항공기 동체 파손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적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속 370㎞로 운행하는 항공기에 900g의 조류 한 마리가 충돌하면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무려 4.8t에 이른다고 한다.
당연히 새(鳥)로 인한 위험성의 안전대책을 광범위하게 수립하는 ‘경조무환’의 마스터플랜이 정립돼 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무안공항의 짧은 활주로 길이 역시 비판의 과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에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책이 있다. 이를 빗대 한 마디 더. 새는 날아오는 항공기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무안공항 참사로 인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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