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절도범 오인 사건

돋보기안경과 억울한 시선: 절도범이냐 아니냐의 기로에서

작성일 : 2026.08.20 04:39 수정일 : 2026.08.20 06:4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편의점의 환한 형광등 아래는 늘 평온해 보인다. 빼곡하게 들어찬 온갖 상품들, 알록달록한 제품 전시 매대들 사이를 거닐며 무엇을 살까 고민하는 순간은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어제 역시 그런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매대를 천천히 둘러보던 중 눈길을 사로잡는 고급스러운 케이스의 제품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원시(遠視)가 있는 내 눈에는 자잘한 글씨들이 그저 희미한 안개처럼 뭉개져 보일 뿐이었다.

 

어떤 제품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바지 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주머니 속에서 늘 지니고 다니는 돋보기안경을 꺼내 썼다. 비로소 안개가 걷히듯 매끄럽고 또렷하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I'MINT ESPRESSO – 에스프레소 자일리톨 커피 캔디’. 검은 바탕에 금빛 테두리가 둘러진 기분 좋은 캔디 케이스였다. 나는 그것을 기분 좋게 손에 쥐고 계산대로 향했다.

 

주인이 서 있는 바코드 판 앞에 물건을 내려놓고 셈을 치르려던 바로 그 순간, 난데없는 오해의 불화살이 날아왔다.

 

“손님, 죄송하지만 주머니에 무얼 넣으셨는지 보여주시겠어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왜요?” 하고 묻자, 주인은 매장 구석의 볼록거울을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오목거울로 보니까 주머니에 무얼 넣는 듯 보이길래…”

 

그 순간,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정직한 손님의 자리가 아니라 ‘절도범이냐 아니냐’의 아슬아슬한 기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어이없음과 함께, 가슴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모멸감이 활화산처럼 치솟아 올랐다.

 

타인의 의심 어린 시선 하나가 사람의 인격과 자존심을 이렇게 순식간에 짓밟을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지체 없이 양쪽 주머니를 겉으로 훌러덩 까뒤집어 보였다.

 

“이 주머니에서 꺼낸 게 바로 이 돋보기안경입니다! 내가 원시(遠視)라서 멀리는 잘 보여도 가까운 건 잘 안 보여서 이걸 꺼낸 겁니다. 내가 무슨 절도라도 한 줄 아시나 본데, 나 그런 사람 아닙니다!”

 

억울함에 목소리가 떨렸다. 신용카드와 함께 늘 소지하고 다니는 명함을 꺼내 그의 앞에 단호하게 놓았다.

 

“내가 명색이 기자인데, 도둑질이나 하자고 이 가게에 들어온 줄 아셨습니까?”

 

기자라는 직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뒤집혀 나온 주머니 속 돋보기안경을 본 탓이었을까. 순간 편의점 주인의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버렸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한 기색으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착각했습니다.”

 

자신의 편견과 불찰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 앞에서 더 이상 핏대를 세우며 분통을 터뜨릴 수는 없었다. 여기서 더 화를 내어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묵묵히 캔디 값을 치르고 편의점 문을 열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제법 시원해진 공기가 얼굴에 닿았지만, 가슴속에서 타오른 수치심과 쓸쓸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상 속에서 타인을 향해 쏠리는 그 가벼운 편견과 의심의 눈초리. 편의점이라는 공간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절도 사건이 일어나길래, 돋보기안경을 꺼내는 소소한 행동조차 범죄의 혐의로 변질되는 것일까.

 

손에 쥐어진 작은 커피 캔디 케이스를 바라보며 쓸쓸한 씁쓸함을 삼켰다. 돋보기안경은 가까운 글씨를 밝게 보여주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는 그 어떤 안경으로도 쉽게 밝혀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갑자기 불신의 이 사회가 자못 야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