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믿을건가?

작성일 : 2023-12-08 09:39 수정일 : 2023-12-08 11:57 작성자 : 이천석 기자 (cheonsuk@gmail.com)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는 용어는 사람들이 다수의 선택을 무작정 따르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며, 유행 동조나 편승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악단을 선도하여 요란한 연주로 사람들을 몰고 다니던 악대차(band wagon)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으며, 대기업 회장이 광고대행사를 통해 막대한 돈과 물량을 투자하는 등, 대세 추종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자 할 때 나타납니다.

선거에서의 '1위 후보 쏠림 현상'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우세하게 여겨지는 후보 쪽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집중되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언론이 후보의 지지율과 함께 '경마식 보도'를 하면서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가 1위가 아니라면 지지 후보를 바꾸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대표자를 뽑는 제도에서는 사표(死票) 방지 심리로 인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여론조사는 여론을 측정하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밴드왜건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여론조사는 은밀하고 간접적인 차원의 영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프라이밍(priming) 효과는 심리학적으로 설명되며, 어떤 자극에 먼저 노출된 경우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한다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갤럽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에게 정직성에 관한 질문을 하면서 프라이밍 효과를 발생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응답자들은 후보자를 평가할 때 무의식적으로 정직성을 고려하게 되어 투표 결정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또한,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행된 연구는 참가자들이 '힘'과 '연민'과 관련된 단어에 노출된 후 후보자를 평가할 때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같이 여론조사는 선택된 단어나 주제, 조사기관의 성향 등에 따라 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라고 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영향력을 갖는 여론조사는 단순한 수치만으로 이해되기보다 '수의 정치(arithmetic politics)'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해도, 그것이 절대적인 진실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결과를 해석할 때에는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발췌:박해성 티브릿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