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추석이다

톨스토이 ‘마음의 불씨’가 던지는 화두

작성일 : 2026.09.23 10:56 수정일 : 2026.09.23 12:1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톨스토이의 단편 《마음의 불씨》는 사람의 마음속에 생긴 작은 미움과 다툼을 방치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감정의 불씨였지만, 그것을 끄지 않고 키운 농부들은 결국 서로를 원망하고 싸우다가 집과 재산까지 잃게 된다.

 

작은 불씨 하나가 커다란 화재가 되듯, 마음속의 작은 미움도 제때 다스리지 않으면 삶 전체를 태울 수 있다는 교훈이다. 이와 비슷한 정서는 대중가요에서도 발견된다.

 

조항조의 히트곡 〈옹이〉에는 “사랑에 불씨 하나 가슴에 불 질러놓고 냉정히 등을 돌린 그 사랑 지우러 간다”는 대목이 있다. 사랑 역시 처음에는 작은 불씨로 시작하지만, 때로는 그 불씨가 가슴을 뜨겁게 태우기도 하고, 반대로 상처와 미련으로 남기도 한다.

 

오늘부터 한가위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고향으로 향하는 자동차와 기차, 버스마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사흘 전에는 먼저 손녀가 왔고, 오늘은 딸네 식구가 찾아오며, 내일은 아들네가 방문할 예정이다. 생각만 해도 집 안이 북적이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역시 추석이다.

 

명절의 참맛은 차례상에 올라온 음식의 가짓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송편 하나를 나누어 먹고, 전 한 점을 건네며 “많이 먹어라”라고 말하는 데 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동안 잘 지냈느냐?”고 묻는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어쩌면 명절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상에는 명절이 되어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집이 적지 않다. 오래전의 섭섭함과 자존심, 재산 문제,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오해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 큰 벽이 된 경우다. 어떤 가족은 방문은커녕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조차 주고받지 않는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족 간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든 처음부터 거대한 산이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은 사소한 말 한마디, 서운함 하나, 풀지 못한 오해 하나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톨스토이가 말한 ‘마음의 불씨’다.

 

불씨는 작을 때 끄면 된다. 자존심이라는 부채질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끌 수 있다. 먼저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먼저 “잘 지내느냐”고 묻는 것이 때로는 패배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는 용기다.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모도 늙고, 형제도 늙으며,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란다.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번 추석에는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작은 불씨 하나쯤 꺼보면 어떨까. 묵은 서운함을 내려놓고 먼저 웃으며 손을 내밀어 보자.

 

가족은 이기고 지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인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그렇다. 역시 추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