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복권 1등이 아니면 불가능한 희망 사다리
작성일 : 2026.09.28 07:19 수정일 : 2026.09.28 08:0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먼바다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희귀한 상어 한 마리가 길을 잃고 부산 북항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 상어에게 ‘부캉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삽시간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상어 한 마리가 어쩌다 이토록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9월 28일 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동훈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경험 자체가 부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콘텐츠가 됐으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먼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희소성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역시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사례를 들며, 인간은 야생동물의 자유로움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분석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다. 어쩌면 부캉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나도 저렇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인은 자유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를 걱정하고, 자녀 교육비와 노후를 염려한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삶의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성실하게 저축하면 내 집을 마련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가 어느 정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집값과 자산 가격의 벽은 높기만 하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도 경제적 여유를 누리기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허탈해진다. 노력의 양과 결과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로또복권 1등 당첨처럼 단번에 인생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현재의 처지에서 획기적으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그런 현실에서 부캉이는 특별했다. 사람들의 통제를 받지 않고 바다를 헤엄치던 상어가 어느 날 인간의 공간으로 들어왔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질 운명이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난 듯한 해방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부캉이를 향한 열광은 상어를 향한 관심만은 아닐 것이다.
현실에 갇힌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를 바라보며 느끼는 대리만족이자, 잃어버린 희망을 잠시 되찾는 심리적 탈출구일 수 있다. 그러기에 부캉이 신드롬은 우리 사회에 작은 질문 하나를 던진다.
‘우리는 왜 저 상어를 부러워하는가?’ 상어는 길을 잃었지만 자유를 얻었다. 반면 인간은 길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면 불안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부캉이가 보여준 것은 어쩌면 상어의 특별함이 아니라 우리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자유와 탈출에 대한 갈망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부캉이를 떠나보내며 아쉬워하는 까닭도 그래서일 것이다. 상어 한 마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우리 곁에 머물렀던 ‘다른 삶에 대한 꿈’ 하나가 다시 먼바다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캉이 신드롬은 결국 상어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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