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썰렁벅스!
작성일 : 2026.05.31 19:04 수정일 : 2026.05.31 22:5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평소 주말이면 경부고속도로 대전 IC 초입의 스타벅스 매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이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이들로 주차장은 늘 만석이었고, 몰려드는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주차관리원까지 배치되어 분주히 호각을 불어대던 풍경이 선했다.
그러나 오늘 마주한 그곳은 서늘할 정도로 썰렁했다. 늘어선 차량도, 활기차던 매장의 온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 최고 권력자까지 나서서 특정 기업을 향해 맹공을 퍼부은 결과가 지방의 한 매장 주차장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차가운 적막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정치권의 호통 한마디에 대기업이 흔들리고 소비자 발길이 끊기는 현상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번 스타벅스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은 단순한 국내 기업 길들이기 수준을 넘어섰다는 시각이다.
스타벅스는 한국 커피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동시에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대표 주자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서슬 퍼런 칼날이 민간 기업의 목을 겨눌 때, 그 파장은 단순히 국내 매장의 매출 감소나 일자리 위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얼마 전 ‘쿠팡 사태’가 불러온 거대한 후폭풍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뒤흔들었던 규제와 갈등의 불씨는 결국 미국 정치권과 의회로까지 번져나가며 외교적·통상적 마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자국 기업의 이익 보호에 민감한 미국 사회의 특성상, 한국 정부나 정치권이 미국계 기업을 정조준해 압박하는 모습은 곧바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자국 기업 때리기’ 혹은 ‘불공정 규제’로 비치기 십상이다.
스타벅스를 향한 이번 맹공 역시 제2의 쿠팡 사태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얽혀 있는 지금, 최고 권력층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거친 압박은 자칫 한미 동맹의 미묘한 기류나 통상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한국 시장에서 철저히 현지화되어 수많은 청년 고용을 창출하고 국내 파트너들과 상생해 온 기업을 정치적 타깃으로 삼는 것은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예측 불가능하고 리스크가 큰 시장'이라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뿐이다.
물론 대기업의 독과점이나 사회적 책무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지, 권력의 힘을 빌린 초법적 맹공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주말의 활기를 잃어버린 대전 IC 스타벅스 매장의 썰렁한 풍경은, 권력이 시장을 이념과 통제의 잣대로 흔들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기업을 굴복시키는 정치의 힘은 일시적으로 통쾌함을 줄지 몰라도, 그로 인해 입는 경제적 내상과 대외적 신인도 추락은 온전히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제라도 감정적인 때리기를 멈추고, 국익과 시장 경제의 본질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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