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된 까닭
작성일 : 2026.07.27 05:29 수정일 : 2026.07.27 09:5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대청호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공간, 우리는 그것을 '도시'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나고 자란 고향이라서, 또 누군가는 일자리나 교육을 위해 찾아온 타향이라서 그곳에 머문다.
하지만 그 시작이 어찌 됐든, 사람들이 한곳에 머물며 삶을 일구어 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그곳이 '살기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은 무엇일까?
편리한 교통, 풍부한 문화시설, 다양한 일자리... 수많은 조건이 떠오르지만, 이 모든 것은 '안전'이라는 단단한 지반 위에 세워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특히,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자연재해, 그중에서도 물은 인류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홍수로 변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때로는 가뭄으로 변해 삶을 메마르게 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
따라서 홍수와 가뭄 걱정 없이 사시사철 풍부하고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살기 좋은 도시'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조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전은 참으로 복 받은 도시가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대전을 지금도 뭘 모르고 감히 '노잼 도시'라고 평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전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데에는 그 무엇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대전의 '생명줄'과도 같은 수자원 관리 인프라, 즉 대청호와 세 개의 하천이 그 주역이라는 사실이다.

▶ 대전천
대전시민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대청호를 품고 산다. 대청호는 단순한 호수가 아니다. 대전뿐만 아니라 충청권 전체의 젖줄이자, 대전을 가뭄의 공포로부터 지켜내는 가장 든든한 파수꾼이다.
대청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실향민들의 아픔은 깊지만, 그 희생으로 대전은 물 걱정 없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와도 대전시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대청호가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대전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전천, 갑천, 유등천은 '삼천(三川)'이라 불리며 대전의 핏줄 역할을 한다.
단순히 도시의 경관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을 넘어, 이들은 집중호우 시 빗물을 빠르게 흘려보내는 자연 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대전은 다른 광역시에 비해 가뭄과 홍수 피해가 현저히 적은 편인데, 이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하천 정비 사업과 수량 관리 덕분이다. 이처럼 대전은 대청호라는 거대한 물그릇과 ‘삼천’이라는 효율적인 배수 시스템을 갖춘, 문자 그대로 '물 걱정 없는 도시'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자원 인프라의 중요성을 망각한 듯한 소식이 들려와 우려를 자아낸다. 오늘 자 모 신문에서 보도한 "호남권 댐 건설 6건, 모두 진보 정부서 백지화"라는 기사는 기후 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댐 건설은 단순히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 지역의 물 안보를 확보하고,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대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정적인 수자원 관리는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 갑천
댐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댐 건설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댐의 긍정적인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과거의 예측을 벗어나는 극한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는 지금, 수자원 인프라의 확충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대청호가 대전의 오늘을 있게 했듯, 새로운 댐 건설은 또 다른 지역의 내일을 담보하는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댐의 존재가 곧 도시의 존재이고, 시민의 생존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대전은 물 관리라는 기본에 충실했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대전의 사례를 교훈 삼아 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기고, 수자원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수립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현 정부가 의욕적(혹자는 ‘정부의 기업 팔 비틀기’라고 하지만 어쨌든)으로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의 경우에 있어 긴요한 하루 용수 필요량은 반드시 선행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가 물려받은 이 땅을 더욱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길이다.

▶ 유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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