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계절이 돌아왔다
작성일 : 2026.10.16 11:36 수정일 : 2026.10.17 06:37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길을 가다가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의 ‘가게’를 발견했다. 가게라고 해봐야 도로변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이동식 노점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 어떤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정겹고 반가운 가게다.
조석으로 제법 쌀쌀하다. 그래서 벌써 붕어빵 계절이 돌아왔음을 실감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4마리에 단돈 1천 원.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가격이 아직도 가능하다니 놀랍다.
반면 저만치에서는 같은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가 3개에 2천 원이라고 써 붙였다. 단순 계산으로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사 먹을 것인가?
답은 뻔하다. 물론 싼 집이다. 그렇다고 값이 싸다고 맛까지 싸구려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따끈따끈하게 갓 구워낸 붕어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노라면 천 원이라는 가격이 미안할 정도다.
붕어빵은 이름 그대로 붕어가 들어간 빵이 아니다. 밀가루 반죽에 팥소 등을 넣어 붕어 모양의 틀에 구워낸 풀빵의 한 종류다. 그 뿌리는 일본의 ‘타이야키(たい焼き)’로 알려져 있다.
타이야키는 붕어가 아니라 도미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19세기 말 무렵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무렵 전해진 것으로 보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의 ‘도미’가 우리나라에서는 ‘붕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도미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민물고기인 붕어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오늘날의 붕어빵이 된 셈이다.

그런데 붕어빵이 지금처럼 서민들의 겨울 간식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대적 배경도 있었다. 광복 이후 1950~60년대 밀가루가 널리 보급되면서 값싸게 만들어 배를 채울 수 있는 풀빵이 대중적인 간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붕어빵 역시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았다.
붕어빵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다. 추운 날씨에 주머니 속 동전 몇 개를 꼭 쥐고 붕어빵 노점으로 달려가던 기억, 종이봉투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그리고 갓 구운 붕어빵을 손으로 쥐었다 놓았다 하며 먹던 풍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붕어빵의 매력은 맛만이 아니다. 따뜻함이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붕어빵 하나를 손에 쥐면 손끝부터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그래서 붕어빵은 음식이라기보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선물하는 작은 난로인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팥뿐만 아니라 슈크림, 고구마, 피자 등 속 재료도 다양해졌다. 가격도 예전의 ‘천 원에 여러 마리’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올랐다. 원재료와 연료비, 인건비 등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붕어빵 노점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유는 간단하다. 붕어빵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부자도 먹고 서민도 먹는다. 유명인도 먹고 이름 없는 사람도 먹는다. 따끈한 붕어빵을 반으로 갈랐을 때 붉은 팥소가 가득 들어 있으면 누구나 똑같이 흐뭇해진다.
그러니 붕어빵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 반갑다. 오늘도 전국적으로 어느 길모퉁이에서는 아줌마가 붕어빵 틀을 뒤집으며 겨울을 굽고 있을 것이다.
“붕어빵 네 마리에 천 원이요!”
그 한마디가 어쩐지 정겹다. 고물가 시대에도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행복♡
올겨울에는 지나가다 붕어빵 노점을 만나거든 그냥 지나치지 말자. 한 봉지 사서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어쩌면 붕어빵 네 마리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 네 마리를 함께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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