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자율성과 입지 경쟁 왜곡이 가져올 ‘정부 실패’를 경계한다
작성일 : 2026.07.30 07:05 수정일 : 2026.07.30 11:08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형도가 다시 한번 격동하고 있다. 최근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66%라는 경이로운 폭등세를 기록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과 산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CXMT의 시가총액은 단숨에 711조 원을 돌파하며, 과거 세계 최고의 자본력과 이익을 자랑하던 전통의 금융 공룡 중국공상은행을 제치고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같은 날 한국의 SK하이닉스가 2분기 영업이익 60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조명은 온통 CXMT의 화려한 등장에 빼앗기고 말았다.
삼성전자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장중 한때 ‘20만전자’ 선이 붕괴되는 등 커다란 시장 동요를 겪어야 했다. 기술력과 실적에서 앞서가던 K-반도체 대표주자들이 금융·산업적 충격파 앞에 순간적으로 빛을 바랜 셈이다.
중국의 미공인 신생 기업에 불과했던 CXMT가 이토록 무서운 기세로 글로벌 무대에 명함을 내밀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중국 정부의 ‘사생결단’식 올인(All-in) 정책과 국가적 역량을 결집한 ‘정기일체(政企一體)’ 전략 덕분이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서슬 퍼런 압박 속에서도 중국은 국가적 자원과 자금을 거침없이 쏟아부으며 자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 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기업의 기술 혁신과 자율적 투자를 뒷받침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신규 반도체 공장을 특정 지역에 지으라며 ‘강요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첨단 산업 시설은 용수, 전력, 숙련된 인력 확보, 생태계 인프라 등 정밀한 시장 논리와 입지 여건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계산이나 지역 배분 논리를 앞세워 정부가 특정 입지를 정해두고 투자를 유도·강요하는 방식은 입지 경쟁을 현저히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시장의 자율 조절 기능을 방해하고 기업의 자율적 투자 결정을 제한할 때 발생하는 결과는 명확하다. 과잉 투자와 중복 투자가 남발되고, 최적의 생산성을 발휘해야 할 기업의 발목이 잡히며, 결국 치명적인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로 귀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생결단으로 뛰어드는 경쟁국 기업들과 맞서 싸워야 할 우리 기업들이, 정작 안에서는 관료적·정치적 규제와 강요에 발이 묶이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한국의 정치·행정적 현실을 가리켜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고 서슴지 않고 비판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라는 치열한 전장에서 매일 황금알을 낳아 국가 경제를 견인해야 할 기업에게, 시장 왜곡적인 입지 강요와 비효율적 개입을 일삼는 것은 스스로 성장 동력을 파괴하는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깊이 직시해야 한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기술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압력이 아니라, 과감한 규제 혁파와 인프라 지원, 그리고 기업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는 환경이다.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않고, 우리 기업이 다시금 글로벌 시장을 압도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 역량을 올바른 방향으로 전폭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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