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발간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책을 본다는 것은 저자의 일생을 보는 것이다

작성일 : 2026.07.22 03:34 수정일 : 2026.07.22 08:28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어제저녁 등교(登校)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평소 마음속 깊이 존경하던 작가님의 신간이 반가운 택배 상자에 담겨 도착해 있었다. 책의 표지를 살포시 쓸어내리며 저자 소개란을 펼쳐보았다.

 

이번 신간을 내신 작가님(김영희 작가)은 이미 20권에 육박하는 저서를 세상에 펴낸 진정한 '베테랑 집필자'이시다. 이에 비하면 지금까지 고작(?) 일곱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은 나는 여전히 배울 것 투성이인 '병아리 작가'에 불과하다.

 

정현종 시인은 그의 유명한 시 <방문객>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타인의 신간을 손에 쥐고 첫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는 이 시구의 의미를 온몸으로 실감한다. 한 권의 책을 펼친다는 것은 단순히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한 인간이 살아온 과거의 궤적과 현재의 성찰, 그리고 미래를 향한 시선이 담긴 '일생'을 마주하는 다복하고도 숙연한 일이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겪어낸 수많은 희로애락과 치열한 고뇌가 단단하게 압축되어 한 권의 단단한 사각형으로 완성된 뜯어보지 않은 선물 상자 같은 것, 그것이 바로 책이다.

 

나 역시 병아리 작가로서 조바심을 내며 어서 또 다른 신간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욕심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하지만 책을 내는 과정은 언제나 그렇듯 실로 녹록지 않다. 왜 필부(匹夫)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발간하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 첫째, 자신의 삶과 생각을 뼈를 깎듯 다듬어내는 '집필의 고통'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을 꺼내어 타인의 시선 앞에 여과 없이 드러내는 작업이다. 단순한 일기 쓰기와 달리,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서는 논리와 감성, 그리고 독자에게 전할 명확한 메시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나의 일생'을 한 권의 책으로 재구성하는 동안 저자는 수없는 자기검열과 고독한 글감과의 싸움을 견뎌내야 한다. 흰 종이 위에 첫 문장을 띄우는 일부터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엉덩이로 진득하게 버텨내야 하는 고독의 시간은 그 자체로 커다란 벽이다.

 

△ 둘째, 현실적인 문턱인 '출판 기획 및 경제적 부담'이다.

 

원고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출판이라는 현실적인 문턱이 기다리고 있다. 기획출판을 통해 출판사의 선택을 받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 어려운 일이며, 자비출판이나 기획형 출판을 진행하려 해도 손발을 묶는 것은 바로 거액의 출판 비용이다.

 

기획, 편집, 교정, 표지 및 내지 디자인, 인쇄,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문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는 출판의 생태계 속에서, 평범한 개인이 선뜻 거액의 출판비를 감당하고 신간을 내놓기란 경제적으로도 큰 결단이 필요하다.

 

△ 셋째, 독자에게 닿기까지의 '세상과의 소통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책이 인쇄되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저자의 일생과 사유는 완전히 평가의 장으로 던져진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 중압감, 그리고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외면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집필 단계에서부터 출간 후까지 저자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다시 펜을 들고 책을 내려 하는가? 책 한 권에 담긴 저자의 일생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울림을 주고, 절망에 빠진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며, 또 다른 인연을 엮어내는 어마어마한 기적을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선배 작가님의 묵직한 신간을 가슴에 품으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본다. 출판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고 출판비라는 현실의 벽도 여전히 높지만, 내 삶의 궤적을 성실히 기록하고 가꿔나갈 것이다.

 

언젠가 나 역시 타인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실 또 한 권의 '나의 일생'을 세상에 기꺼이 선보일 수 있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