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가시가 돋지 않게 하려면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작성일 : 2026.08.31 04:17 수정일 : 2026.08.31 18:3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라고 했다. 읽는다는 것은 결국 정신을 깨우는 일이다.

 

그렇다면 쓰는 일은 어떨까. 내게 글쓰기는 생각을 깨우고 삶을 정돈하는 일이며, 어제와 오늘을 잇는 가장 오래된 습관이다.

 

나는 20여 년 전부터 새벽이면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았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서도 아니었다. 그저 쓰고 싶어서 썼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몇 줄이라도 적어야 마음이 편했다.

 

좋은 일이 있었던 날에는 그 기쁨을 기록했고, 속상한 일이 생긴 날에는 글 속에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쌓인 글이 어느덧 수많은 원고와 책이 되었고, 다작의 작가라는 이름과 기자로서 여러 표창을 받는 영광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글쓰기의 진짜 보상은 상장이나 책의 숫자에 있지 않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막연했던 감정이 문장이 되고, 복잡했던 생각이 단어를 만나 질서를 얻는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조금씩 발견했다. 어제의 나를 돌아보고, 오늘의 나를 다독이며, 내일의 나에게 말을 건네는 시간이 바로 새벽의 글쓰기였다.

 

지금은 새벽 4시다. 창밖에서는 잠을 깨울 만큼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빗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세상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이런 날이면 이불 속에 더 머물고 싶은 유혹도 생긴다.

 

그러나 나는 다시금 책상 앞에 앉는다. 손가락을 움직여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빗소리마저 하나의 배경음악이 된다. 여기에 곁들이는 모닝커피는 가히 환상적이다.

 

습관은 거창한 결심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기 싫은 날에도 하는 것, 피곤한 날에도 조금이라도 해내는 것, 바로 그런 작은 반복이 습관을 만든다. 결국 꾸준함은 재능을 이기는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힘이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감각이 무뎌지고 문장의 리듬도 흐트러진다. 무엇보다 내 마음과 세상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기분이 좋든 가라앉든, 박수를 받든 아무도 알아주지 않든 상관없다.

 

새벽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 고요한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가 하루의 결을 바꾼다. 나는 그 시간을 글에게 건넨다. 한 문장을 쓰고, 또 한 문장을 잇는다. 그렇게 오늘도 나의 삶을 기록한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에 가시가 돋는 사람. 그것이 바로 나다.